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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게의 이름값
예목
2017. 11. 9. 08:12
홍게의 이름값
예목/전수남
고향이 어디메드뇨
붉은 등껍질에
넘실대는 파도를 등에 업고
하얀 면사포 뒤집어쓴
산호초 사이로 술래잡기 하던
동해바다 어디쯤이던가
집게 발 크기로
우두머리를 다투며
만용을 부리다
아둔한 줄도 모르고
겁 없이 세상 투정을 했더냐
이름값 하려한 섣부른 도전에
꿈은 이루지도 못하고
물 탁한 좁은 수족관에서
망연히 고향을 그리다
붉은 등딱지 열리고 잘린 다리마다
끌려나오는 하얀 속살
날름거리는 입에선
살살 녹는다 칭찬 일색이니
죽어서도 그 이름 휘날리는구나.
(2016.12.20)
*사진 : 김양환님(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