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가을날 소고(小考)
예목/전수남
티 없이 맑은 하늘을 바람이 시샘하는 날
찬 이슬에 정갈히 몸 씻고
두 손 모은 기원
갈망을 불살라 꽃으로 피는가
마음을 비운 갈잎은 지는데
못 다한 사랑 꽃피울 날은 짧구나.
가을밤 별빛은 초롱초롱하고
단풍나무 가지사이로 쏟아지는
성근 달빛이 너울너울 춤을 추는데
잠 못 드는 밤 그대는 무엇을 기다리나
이루고 이루지 못한 것 모두가 한 시절 바람이려니
작별의 길도 담대히 떠나시구려.
(2023.10.23.)
*사진 : 예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