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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당벌레

예목 2017. 8. 24. 08:13


           무당벌레

 

                      예목/전수남

 

과꽃이 활짝 웃는 건

장미가 붉게 타오를 수 있는 건

말끔한 목덜미를 자랑할 수 있어서야

나무수국 가지 끝마다

흰나비가 무수히 매달릴 수 있는 건

여린 피부 짓무르지 않도록

보송보송 잘 관리했기 때문이지

 

쥐똥나무 작은 잎새에

하얗게 엉겨 붙은 진딧물군락

시든 나뭇잎은 생기를 불어넣고

빈대 붙은 녀석들 떨쳐내야 님도 찾아오지

 

붉은 등껍질을 열어 수평비행을 하면

반갑다 눈 맞추는 꽃들의 구애

신 내린 무당은 아니지만

시름 앓는 몸뚱이 강건히 치료해주고

 

고통을 호소하면 어디 든 달려가

주눅 든 심신 다독이며

도심의 새벽거리 즐비한 지난밤의 오물

쓸어 담는 미화원처럼

나는 야 세상을 빛내는 청소부라네.

 

(2016.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