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당벌레
예목/전수남
과꽃이 활짝 웃는 건
장미가 붉게 타오를 수 있는 건
말끔한 목덜미를 자랑할 수 있어서야
나무수국 가지 끝마다
흰나비가 무수히 매달릴 수 있는 건
여린 피부 짓무르지 않도록
보송보송 잘 관리했기 때문이지
쥐똥나무 작은 잎새에
하얗게 엉겨 붙은 진딧물군락
시든 나뭇잎은 생기를 불어넣고
빈대 붙은 녀석들 떨쳐내야 님도 찾아오지
붉은 등껍질을 열어 수평비행을 하면
반갑다 눈 맞추는 꽃들의 구애
신 내린 무당은 아니지만
시름 앓는 몸뚱이 강건히 치료해주고
고통을 호소하면 어디 든 달려가
주눅 든 심신 다독이며
도심의 새벽거리 즐비한 지난밤의 오물
쓸어 담는 미화원처럼
나는 야 세상을 빛내는 청소부라네.
(2016.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