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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예목 2019. 10. 13. 08:06


         아버지

 

                          예목/전수남

 

짊어진 세월의 무게에도 정정히

봄을 맞는 노송을 바라보면

가슴이 저며 옵니다

맨주먹으로 일어선 처절했던 피난살이

살아남기 위해

눈물을 품에 안은 수많은 날들을

헤아리지 못한 자식이

당신처럼 그 길을 갑니다.

 

등 굽은 초라한 몰골로도

당당함을 잃지 않으려

메마른 가슴으로 홀로 보낸 밤들에도

속내를 내보이지 않고

따뜻함을 잃지 않으셨던

그 깊은 사랑을 알지 못한 채로

거울속의 내 모습이

당신을 그대로 닮아 가네요.

 

(2019.3.6.)

사진 : 김기영 작가님(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