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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꽃 피면

예목 2017. 6. 25. 08:53


    밤꽃 피면

 

                    예목/전수남

 

짙푸른 신록 질투하느라

산발하듯 레게 머리한 농염한 여인

하얀 속살 내보이며

눈부신 유월 햇살 시샘해도

허허로운 마음 달랠 수 없어

끝내는 짧은 희열 끝에

코끝 훔치는 향내 쏟고 마네

 

젊은 사내 넓은 가슴팍이 그리운 처녀

해 질 녘 밤꽃 피는 밤나무 아래서

머리끄덩이처럼 늘어뜨린 꽃대마다

하얗게 흩날리는 꽃가루에

속으로 떠올려본 상상만으로

비릿한 생콩냄새 손끝에 묻어나고

살랑바람에 퍼지는 밤꽃향기에

초여름의 오후가 미혹에 빠진다.

 

(2016.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