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꽃 피면
예목/전수남
짙푸른 신록 질투하느라
산발하듯 레게 머리한 농염한 여인
하얀 속살 내보이며
눈부신 유월 햇살 시샘해도
허허로운 마음 달랠 수 없어
끝내는 짧은 희열 끝에
코끝 훔치는 향내 쏟고 마네
젊은 사내 넓은 가슴팍이 그리운 처녀
해 질 녘 밤꽃 피는 밤나무 아래서
머리끄덩이처럼 늘어뜨린 꽃대마다
하얗게 흩날리는 꽃가루에
속으로 떠올려본 상상만으로
비릿한 생콩냄새 손끝에 묻어나고
살랑바람에 퍼지는 밤꽃향기에
초여름의 오후가 미혹에 빠진다.
(2016.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