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국의 추억
예목/전수남
맑은 물 찰랑이는 모내기 끝낸 논
넓은 들 수성들판을 끼고
시골마을 한가운데
고래등 같은 기와집
대청마루서 내려다보이는
우물 옆 뜰에 소담스레 핀 수국
노란색 한복 치마에
하얀 앞치마 두른 자태
환한 대보름달 얼굴로
함박웃음 머금던
그 집 젊은 며느리 닮았지
숨긴듯해도 은연중 드러나는
풍만한 가슴 훔쳐보고
복슬복슬 부풀린 작은 꽃잎 하나하나
밤마다 달빛을 끌어안아
복스러운 달덩이 잉태한 모습에
배부른 아낙 청치마로 몸매 감춘 듯
훈풍에 간들거리니
부잣집 맏며느리 풍채 빼닮았는데
수성 들판 사라진 지금
고향 떠난 수국 어디서 꽃을 피우려나.
(2016.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