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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의 가을(2)

예목 2017. 8. 23. 07:54


          고향의 가을(2)

 

                         예목/전수남

 

앞산자락 발밑 수성못에서 시작된

물줄기를 따라 펼쳐진 들판

수성들녁이 황금물결로 출렁이면

감꽃소녀 귀복이네집 튼실한 감나무

주렁주렁 매달린 감마다

오순도순 사랑이 영근다

 

들녘의 벼이삭은 중후한 멋이 들어

인내한 만큼 허리를 굽히고

논두렁을 걷다보면

발끝에 차이는 가을 향기에

쌍으로 날뛰는 메뚜기 떼가

어린 마음을 훌쩍 훌쩍 뛰어넘는데

 

어느 집 초가지붕 위 굴뚝 끝에서

하얀 연기 어른거리면

마른 솔가지 한 짐 짊어진 엄니

무거운 발걸음소리 귓가를 맴돌아

동생 손잡고 달려가던 동심

마음속에만 남아있는 고향의 가을이

세월가도 변치 않는 그리움을 부른다.


(2016.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