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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목정 어느 여름날의 초상(肖像)

예목 2021. 8. 11. 08:00

하목정 어느 여름날의 초상(肖像)

 

                               예목/전수남

 

시리도록 푸른 강바람이

정자 마루턱에 걸터앉아

더위에 지친 길손 쉬어가라 하는데

시 한 수로 풍월을 노래하던

옛 선인의 풍류를

바람은 지금도 떠올리고 있을까.

 

청빈한 선비의 낭랑한 글 읽는 소리

하목정을 휘감아 도는 듯

붉게 타는 배롱나무꽃이 고개를 기웃대고

고향의 차향에 취한 여인

만남과 떠남의 수레바퀴가 쉼 없이 구르는

강물 같은 세월에 감회에 젖는구려.

 

(2021.8.2.)

사진 : 조완제 작가님(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