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와 단감말랭이
예목/전수남
낡은 초가집 툇마루에 걸터앉아
상념에 젖어 석양을 바라보는
할머니 두 눈에 세파의 명암이 어른거리는데
마른 침을 삼키며
우물거리는 할머니의 입안에는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세상사가 다 녹아있으려나.
떫은 생감에서 식감을 돋우는
화려한 변신을 한 단감말랭이
누구의 손길을 기다리는지
세상에 부름 받은 소명을 다하려
존재의 섭리 앞에 겸허히
적적함을 달래는
할머니의 단짝친구가 된다.
(2023.11.24.)
*사진 : 최명진작가님(감사드립니다.)
작가님께서 만드신 태추단감말랭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