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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와 단감말랭이

예목 2024. 1. 6. 07:56

          할머니와 단감말랭이

                                      예목/전수남

 

낡은 초가집 툇마루에 걸터앉아

상념에 젖어 석양을 바라보는

할머니 두 눈에 세파의 명암이 어른거리는데

마른 침을 삼키며

우물거리는 할머니의 입안에는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세상사가 다 녹아있으려나.

 

떫은 생감에서 식감을 돋우는

화려한 변신을 한 단감말랭이

누구의 손길을 기다리는지

세상에 부름 받은 소명을 다하려

존재의 섭리 앞에 겸허히

적적함을 달래는

할머니의 단짝친구가 된다.

 

(2023.11.24.)

사진 : 최명진작가님(감사드립니다.)

작가님께서 만드신 태추단감말랭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