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마중
예목/전수남
안채 사랑채 사이좋게 묵은 초가집
모두가 집을 비운 사이
마당을 차지한 초가을 햇살이
일 나간 식구들 대신 고추를 말리고
시골 골목길 좌우로 늘어선 코스모스
보는 이 없어도 흥겹게 댄스를 추다가
청명한 하늘 시샘하는 흰 구름에
뭉클한 사랑이야기 띄워 보내면
종일 밭일 하던 할머니
허리 한번 펴고 하늘 올려다보고
서울 간 아들 얼굴 그려보는데
서늘한 바람에 누런 들판 출렁이면
무료히 배회하던 삽살개가 짖고
논두렁마다 주렁주렁 열린 콩들이
배부른 몸으로 가을마중 출산을 기다린다.
(2016.8.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