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장맛
예목/전수남
장 담그는 전날 어머니는
장독위에 정한수를 떠놓고 기도를 한다
볏짚으로 안을 태워 말린 장항아리에
메주가 소금물에 몸을 담그고
참숯과 합방한 고추가 얼굴을 붉히면
무명천으로 아가리를 막은 항아리 안에
참진 인심이 눌러앉으며
어머니의 손맛이 정성으로 익는다.
티끌하나도 조심하는 정결한 모습 속에
대대로 이어지는 고결함이 숨을 쉬고
자식사랑 쏟아 붓 듯
애지중지 돌본 오십 여일 정성에
씁쓰레한 첫 장이 선을 보이지만
묵은 정이 더 그립다했지
해를 묵힌 장맛은
어머니의 정이 진하게 배어 나온다.
(2017.3.12)
*사진 : 윤정미님(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