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의 계절
예목/전수남
고혹적인 웃음에 눈이 멀었어
매달린 꽃송이마다
정열의 상징처럼
선혈을 뿜어내는 통에
눈을 뜨고 바라볼 수가 없었어.
산들바람에 나풀되는 넝쿨장미
육감적 몸매가 드러나는
연청빛 실루엣의 원피스 차림으로
정염의 여인인양 한들거리며
붉은 색조화장에 풍기는 향내로
심장의 피가 용솟음치고 귀까지 멀었어.
너를 마주한 사내의 상념
불꽃처럼 피고 진 젊은 날의 사랑
식어버린 사랑은 다시 오지 않지만
텅 빈 마음속 추억의 동산에
진홍빛 장미 한 송이 옮겨 심네.
(2017.5.21.)
* 사진 : 이경상님(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