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일락 꽃피면
예목/전수남
녹슨 철대문 넘어 사랑의 향기
저 먼 하늘까지 치닫는
좁은 마당 있는 자그마한 한옥
내 집 마련하고 맨 먼저
라일락 한 그루 심었지
오월이면 해마다 진한 라일락향기
골목 어귀까지 마중을 하고
늦은 밤 아들 귀가 기다리는
환갑 넘긴 노모 잠 못 이루던 날들
서울로 삶의 터전 옮기며 두고 왔는데
담장 넘어가버린 라일락가지 끝에선
지금도 피고 지는 보랏빛 꽃송이
눈먼 고향의 봄 되어
마음 준 집주인 영면한줄 모른 채
오래된 추억 꽃향기로 소식 전해온다.
(2016.4.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