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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일락 꽃피면

예목 2017. 6. 5. 07:52


     라일락 꽃피면

 

                      예목/전수남

 

녹슨 철대문 넘어 사랑의 향기

저 먼 하늘까지 치닫는

좁은 마당 있는 자그마한 한옥

내 집 마련하고 맨 먼저

라일락 한 그루 심었지

 

오월이면 해마다 진한 라일락향기

골목 어귀까지 마중을 하고

늦은 밤 아들 귀가 기다리는

환갑 넘긴 노모 잠 못 이루던 날들

서울로 삶의 터전 옮기며 두고 왔는데

 

담장 넘어가버린 라일락가지 끝에선

지금도 피고 지는 보랏빛 꽃송이

눈먼 고향의 봄 되어

마음 준 집주인 영면한줄 모른 채

오래된 추억 꽃향기로 소식 전해온다.

 

(2016.4.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