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롱꽃
예목/전수남
살포시 고개 숙여
먼발치를 내려다보며
수줍게 발그레 웃는 것이
연지곤지 찍고 초야 기다리는
새악시 고운 모습이네
낭군님 밭일 나간 사이
흰 쌀밥 해놓는
우렁각시가 숨었을라나
옛날 옛적 손 귀한 정승 댁으로
시집간 새색시 대를 잇지 못해
소박맞고 쫓겨난 혼령 숨어들었나
키 자랑하는 연약한 꽃대마다
초롱초롱 열린 홍자색 꽃송이
다산의 상징으로
부덕함을 떨치려 하네
바람 불면 연보라 빛 꽃송이
방울소리 들리는 듯 하고
새색시 밤길나들이에
불 밝히는 초롱같아서
지아비를 섬기는 여인네
고운 심성 속까지 들여다보이네.
(2016.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