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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롱꽃

예목 2017. 6. 11. 07:49


     초롱꽃

 

                   예목/전수남

 

살포시 고개 숙여

먼발치를 내려다보며

수줍게 발그레 웃는 것이

연지곤지 찍고 초야 기다리는

새악시 고운 모습이네

 

낭군님 밭일 나간 사이

흰 쌀밥 해놓는

우렁각시가 숨었을라나

옛날 옛적 손 귀한 정승 댁으로

시집간 새색시 대를 잇지 못해

소박맞고 쫓겨난 혼령 숨어들었나

 

키 자랑하는 연약한 꽃대마다

초롱초롱 열린 홍자색 꽃송이

다산의 상징으로

부덕함을 떨치려 하네

 

바람 불면 연보라 빛 꽃송이

방울소리 들리는 듯 하고

새색시 밤길나들이에

불 밝히는 초롱같아서

지아비를 섬기는 여인네

고운 심성 속까지 들여다보이네.

 

(2016.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