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예목/전수남
육신의 안위를 위해
칠십년을 헌신해 온 대장(大腸)이
무심의 세월을 참다 참다
다 해지는 줄도 모르고
세상사 입맛 당기는 대로만
꾸역꾸역 삼키기만 했으니
한평생을 살아도 내속을 내가 모르는데
마지막 그날 그대는 날 위해 눈물을 흘리려나.
새 길이 열린 것도 아니고
오던 길 펼쳐진 길 가야할 길이라
살아갈 날 들이 두렵지 않은 건
그래도 일말의 양심이
사랑으로 그 길을 채우고 싶어서인지
살아있음에 행복하여라
죽단화의 눈웃음에 살 같은 세월을 잠시 잊노니
오월훈풍에 질긴 숨결 한줌 내려놓는다.
(2020.5.4. 대장암 수술 후 치유 중에)
*사진 : 전기도 작가님(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