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귀비꽃이라 해도
예목/전수남
희디 흰 목덜미 보일 듯 말듯
붉은 스카프를 두르고
티끌도 일지 않는 발걸음
사뿐히 다가와
고요한 심중 흔들어놓고는
뒤돌아서는 양귀비꽃이라
육감적 몸매 드러나지 않아도
황홀한 아름다움 고혹적 자태에
초여름 훈풍 홀린 듯 뒤따르는데
빈 의자에 주저앉은 햇살
떠나는 님의 뒤태
눈길 주다 못해 고개 떨구니
만남과 이별 필연이라 했나
아쉬움 엉킨 심정 억눌러
마지막 붉은 꽃잎
눈물 한 방울로 질 때
가슴에 남긴 사랑 애틋하지만
세상이 부러워한 경국지색도
권불십년 무정세월에
사랑 버린 지아비의 비겁 앞에선
속절없이 한 떨기 꽃으로 지더라.
(2016.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