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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귀비꽃이라 해도

예목 2017. 6. 26. 07:44


  양귀비꽃이라 해도

 

                       예목/전수남

 

희디 흰 목덜미 보일 듯 말듯

붉은 스카프를 두르고

티끌도 일지 않는 발걸음

사뿐히 다가와

고요한 심중 흔들어놓고는

뒤돌아서는 양귀비꽃이라

 

육감적 몸매 드러나지 않아도

황홀한 아름다움 고혹적 자태에

초여름 훈풍 홀린 듯 뒤따르는데

빈 의자에 주저앉은 햇살

떠나는 님의 뒤태

눈길 주다 못해 고개 떨구니

만남과 이별 필연이라 했나

 

아쉬움 엉킨 심정 억눌러

마지막 붉은 꽃잎

눈물 한 방울로 질 때

가슴에 남긴 사랑 애틋하지만

세상이 부러워한 경국지색도

권불십년 무정세월에

사랑 버린 지아비의 비겁 앞에선

속절없이 한 떨기 꽃으로 지더라.

 

(2016.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