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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팔꽃청춘

예목 2017. 6. 26. 07:46


          나팔꽃 청춘

 

                        예목/전수남

 

엎드려 누운 산들이

졸린 눈을 뜨는 시각

여명이 밀려오면 나팔을 분다

강원도 산골 부대 막사 안으로

가상나팔 힘차게 울리고

연병장에 모인 젊은 군인들

우렁찬 군가소리 군화발자국 소리

새벽하늘 날아오르면

바라보는 초병 나팔꽃이 빙긋 웃는다

 

울타리를 둘러싸고 터를 넓히며

한발 한발 발 내밀 때마다

행여 수렁에 빠질까 조바심하는

청초한 나팔꽃 행진

넝쿨손 뻗는 곳마다 자줏빛 환한 웃음

연약해도 남보다 먼저 아침을 열고

 

철책을 지키던 젊은 군인

검은 머리 반백이 되어

허연 머리카락 바람에 날리는데

마음속에 눌러앉은 나팔꽃 청춘

세상에 전하는 사랑의 나팔소리

꿈꾸는 청춘은

세월가도 늙지 않는 나팔을 분다.

 

(2016.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