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소화 사랑
예목/전수남
구중궁궐 겹겹이 둘러싼
층층시하에 눈물로 지샌 세월
높은 담벼락 타고 올라
보고픈 님 발걸음이라도 훔쳐보려
멀리 내다보려 발돋움하는
애처로운 마음이 능소화로 핀다
초야 기다리듯 설레는 가슴
앵두 같은 입술 홍조 띤 얼굴로
거울 속 모습 눈도장 찍어 봐도
소쩍새 구슬피 우는 밤마다
옷고름 입에 문 독수공방
한 맺힌 기다림은 피를 토하고
정화수 한 그릇 올리고선
날 밝도록 기다리다
연기처럼 불사른 한 떨기 목숨
사무친 눈물 맑은 이슬 되어
님 잠든 문 앞 디딤돌에
이슬비로 토닥토닥 알리려한 마음이
한 치라도 더 가까이서 보고파
까치발로 일어선
애절한 눈길 스쳐간 정분 담아
뻗어내는 덩굴 가지 끝마다
핏빛 연심 능소화 사랑꽃이 핀다.
(2016.6.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