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화의 눈물
예목/전수남
양지바른 산기슭
고개 숙인 홍자색 꽃송이
꼬질꼬질 처량한 몰골로
산속 숨어든 피난민 눈빛처럼
슬픔 가득 눈물을 품었네
서른하나 젊은 아버지
인민의용군으로 끌려가지 않으려고
갓난아기 품고 달빛 따라나선 파난 길
이산가족 되는 생이별 피하려
죽음 무릅쓰고 고향 떠난 험난한 길
전쟁에 팽개쳐진 처절한 삶
실낱같은 목숨 부지하기 위해
굶주리는 고난 속 두려운 나날
인민군 피해 숨어 숨어
밤낮없이 남녘 향한 피난길을
피난민 일행되어 지켜보며
속울음 삼킨 해당화
철되면 산기슭마다 꽃은 피지만
그 시절 처절한 심정을 잊지 않아
유월이면 붉은 꽃잎 선명히 눈물 흘린다.
(2016.6.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