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설악(雪嶽)
예목/전수남
골 깊고 산 높은 겨울 설악(雪嶽)은
텁수룩한 턱수염에
은발을 휘날리는 헝클어진 머릿결에도
초췌해진 모습 애써 보이지 않으려
강인한 척 의연한 척
속을 드러내지 않는 깊고 깊은 마음의
장년의 아버지의 모습을 보는 듯하다.
슬픔도 아픔도 모든 것을 끌어안고
활화산 같이 치미는 분노도
안으로 안으로 침전시키는
꼬장꼬장한 모습의 아버지처럼
길들여지지 않은 야생마 같은
거친 암벽과 겨울 산숲이 어우러진
눈 덮인 설악은 그 이름 그대로 아름다워라.
(2023.1.26.)
*사진 : 이동열대표님(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