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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내리는 밤

예목 2024. 12. 20. 08:15

           눈 내리는 밤

                               예목/전수남

 

세상의 죄를 다 사하려는 듯

옥설(玉雪)은 눈을 가리듯 쏟아지고

벽난로 안에서 후끈 달아오른 장작불

몸을 태워 다비식을 끝낸 육신 한줌 재가 되어

깃털처럼 허공중에 길을 찾는데

그대는 누구를 기다리나.

 

스치듯 멀어져간 지난날의 사랑

화인으로 남은 추억하나

아련한 그리움이 여울져도

잊혀진 사랑은 사랑이 아니건만

기척도 없는 눈발이 창을 두드리는 밤

또 하루 삶의 사연 쌓고 허문다.

 

(2024.11.29.)

사진 : 김태중작가님(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