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삼킨 목련이 지면
예목/전수남
봄볕 따라 마실 나온 하얀 천사
양지 바른 곳 둘러보며
이곳저곳 눈 돌리다가 헐벗은 목련
마른 가지 끝에 투명 날개옷 걸었더니
순백의 꿈이 살포시 고개를 든다.
쌀쌀맞은 찬 기운 사방에 가득해도
솜털 뽀송뽀송한 망울 터트리며
우유 빛 속살 가슴속까지 드러내고
순결한 이상 하얗게 꽃피우려 했건만
심술궂은 봄바람 시샘에
짧은 사랑 피기도 전에 꿈을 접누나.
하늘하늘 살바람에 온몸 팔랑이며
다소곳이 유혹의 손길 내밀다가
한 잎 두 잎 몸살 앓듯 숨 거두고
가슴에 품은 춘정 펴보지도 못한 채
봄을 삼킨 목련 하얀 눈물로 지면
싱숭생숭 여심 봄날의 하루가 애잔하다.
(2016.3.25)
* 살바람 : 초봄에 부는 찬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