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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삼킨 목련이 지면

예목 2017. 5. 16. 14:50


  봄을 삼킨 목련이 지면

 

                    예목/전수남

 

봄볕 따라 마실 나온 하얀 천사

양지 바른 곳 둘러보며

이곳저곳 눈 돌리다가 헐벗은 목련

마른 가지 끝에 투명 날개옷 걸었더니

순백의 꿈이 살포시 고개를 든다.

 

쌀쌀맞은 찬 기운 사방에 가득해도

솜털 뽀송뽀송한 망울 터트리며

우유 빛 속살 가슴속까지 드러내고

순결한 이상 하얗게 꽃피우려 했건만

심술궂은 봄바람 시샘에

짧은 사랑 피기도 전에 꿈을 접누나.

 

하늘하늘 살바람에 온몸 팔랑이며

다소곳이 유혹의 손길 내밀다가

한 잎 두 잎 몸살 앓듯 숨 거두고

가슴에 품은 춘정 펴보지도 못한 채

봄을 삼킨 목련 하얀 눈물로 지면

싱숭생숭 여심 봄날의 하루가 애잔하다.

 

(2016.3.25)

* 살바람 : 초봄에 부는 찬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