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예목/전수남
아름드리나무로 오래오래
하늘을 우러르며
해마다 진초록 잎을 내어
아늑한 그늘을 만들고 싶지만
쇠락해가는 육신은
날마다 조금씩 숨이 가빠
시나브로 존재감을 잃어 가는데도
서있는 것 자체가 버팀목이더라.
푸르른 젊은 날의 초상도
한 계단 두 계단 힘겹게 오른 정상도
무심한 세월 앞에 흘려보내고
툭툭 불거진 연륜의 흔적만 남아
명 다해 뭉툭해진 싸리비처럼
티끌조차 쓸어 담지 못하는데도
기대는 믿음하나
아버지란 이름이 든든한 힘이 되더라.
(2017.4.24.)
* 시나브로 :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조금씩.
* 사진 : 박경숙님(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