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아버지

예목 2018. 5. 2. 07:11


         아버지

 

                      예목/전수남

 

아름드리나무로 오래오래

하늘을 우러르며

해마다 진초록 잎을 내어

아늑한 그늘을 만들고 싶지만

쇠락해가는 육신은

날마다 조금씩 숨이 가빠

시나브로 존재감을 잃어 가는데도

서있는 것 자체가 버팀목이더라.

 

푸르른 젊은 날의 초상도

한 계단 두 계단 힘겹게 오른 정상도

무심한 세월 앞에 흘려보내고

툭툭 불거진 연륜의 흔적만 남아

명 다해 뭉툭해진 싸리비처럼

티끌조차 쓸어 담지 못하는데도

기대는 믿음하나

아버지란 이름이 든든한 힘이 되더라.

 

(2017.4.24.)

* 시나브로 :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조금씩.

* 사진 : 박경숙님(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