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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예목 2019. 4. 30. 17:16

           아버지

 

                           예목/전수남

 

생사를 넘나든 전쟁 통에

창창한 젊은 시절 한 많은 피난살이로

일곱 식구의 목숨을 짊어지고

맨주먹으로 일어선 인생

혈기왕성해하던 아버지의 정정함도

아등바등하는 세월 속에선

서산에 해 기울 듯

언제인지 모르게 기력이 쇠하셨지요.

 

아름드리 낙엽송처럼 우뚝하게

아이들 미래를 떠받치는

기둥이고자 했건만

이루지 못한 꿈이 되고

왕대포 한잔에 풀이 죽어

자괴감으로 세상을 원망하던

당신께서 떠나신 연륜이 되고서야

이제야 아버지의 아픔을 깨닫나이다.

 

(2018.3.3.)

사진 : 박경숙님(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