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롱나무 꽃이 피면
예목/전수남
가슴에 품은 사랑을
무수한 홍자색 꽃으로 피워내는 너는
양반집 규수의 품위 있는
단아함을 닮고 싶었더냐
백일동안 흐트러짐 없는 네 자태에서
유년의 시절 부잣집 외동딸 ‘귀복이‘의
발그스레 미소 띤 모습이 어른거린다.
높은 담장 너머로 고래 등 같은 기와집이
양팔을 벌리고 서 있어도
육중한 대문 안으로
한 번도 발을 들여놓지 못했는데
철모르던 시절 술래잡기를 하던 ‘귀복이’는
이제 부귀를 누리는 안방마님으로
너처럼 우아하게 세상을 관조하고 있으려나.
(2022.7.21.)
*사진 : 정은영작가님(감사드립니다)